머리 위 두 뼘 정도의 작은 창문에서 빛이 들어온다. 아주 조그마한 빛, 그마저의 빛마저 밭은 쇠창살로 가려져 내게 허락된 빛은 손에 담아 보자면, 겨우 한 줌 남짓일 테다. 바깥 세상의 빛과 쇠창살의 그림자는 이 시간 즈음이면 어둑어둑한 방 바닥에 마치 피아노 건반 같은 그림을 그려낸다. 가만히 그 빛 위에 손을 올렸다. 보이는 것만큼의 따스함은 없다. ...
* 류-젼 페어 관극 기반, 기억에 의존해서 틀린 대사 있을 수 있음 * 초연 재연 대사 섞여있음 1665년 어느 늦가을 토요일 저녁 시간 한 시간 전, 성당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록산은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익숙한 어둠 너머로 평온한 종소리가 이어졌다.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록산은 그 시간이 되면 습관처럼 성당으로 오는 길목의 다리로 ...
“결혼할까?” 사랑한다는 말이겠지. 흘러가듯, 당연하게 재열은 생각했다. 어떤 특별한 장소나 분위기도 아닌, 반복되던 아침 식사 중 태경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결혼하자고. 재열은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며 그래, 하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사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면 내 자취방을 정리하고 동거하자는 말일까. 그게 더 자연스럽겠네, 재열은 밥을 삼키며 생각했다....
희게, 노랗게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눈부신 금빛의 연회장 안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모습대로 수많은 소리가 가득했다. 가볍게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웃는 사람들,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맞춰 가벼운 왈츠를 추는 사람들, 더없이 흥겹고 행복해 보이는 그 공간 속에서 시엘은 표정 없는 얼굴로 스파클링 잔을 꾹 쥐고 있었 다. 늘 그렇듯 무심한 얼굴이라 말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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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햇살은 너의 머리칼 같이 부서졌다. 부드럽게 쏟아지는 햇살을 맨 얼굴로 맞다보니 문득 까마득한 과거의 그 곳이 겹쳐 보였다. 사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전 우리가 처음 만났던 약초상이 어떠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곳에서의 시간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손에 꼽는 이유는, 그만치 내 기억에 남은 것이 내게...
기억하세요? 아니, 괜찮아요. 내가 기억해요.하얀 병동, 하얀 환자복, 하얀 침대, 그리고 새하얀 상대. 침대 앞 간의의자에 앉아있던 그녀는 상대의 손을 잡았다. 핏기없는 손은 착잡했다. 머리가 그새 하얗게 또 새어 버렸네요. 염색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우선 당신이 일어나야지요.듬성듬성한 흰머리칼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그녀는 손을 주무르고 얼굴을 닦아...
‘최종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정오의 시그널 같이 귀를 찔렀다. 숨을 돌릴 잠깐의 그 찰나에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그 때문이다. 불이 꺼진 정오의 거실, 채광으로 옅게 스민 주황의 볕, 베란다의 안락의자에 기대 노이즈 섞인 라디오를 듣던 나, ‘12시를 알립니다’ 라는 말과 함께 시그널이 울리면 라디오를 끄는 너, 그리고 ...
안녕, K. 넘치는 생각들이 탄산처럼 부글거리는 혼란한 밤이야. 몇 달 전부터 차곡차곡 추가되었던 플레이 리스트는 몇 시간동안 시간의 흐름을 부르고 있었어. 바쁘게다른 일을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노래들은 시계가 오늘 하루의 끝 한 시간 전을 알리자 다른 감각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 시간에 다다른 플레이리스트의 시간이 하필 이런 것일까? 무엇 때문에, 라...
(bgm. Eric Bernet - Still with you) 03 : 00 am 자?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자는 구나. 잘 자. - - 여보세요? 오리온 자리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겨울 밤, 방 안은 버성겼다. 한 번 울린 핸드폰 홀드를 해제시키고 여자는 발 끝을 세워 침대에서 내려왔다.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내리고 방을 나선다. 그리고 소리나지...
원래 혼자 술을 마시는 건 아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술을 안 마시는 편에 가깝다. 그러니까, 혼자 있지 않을 때, 옆에 사람이 있을 때는. 이걸 다시 말하면 혼자 있게 되면, 혼자 술을 마시러 온다는 거다. 습관처럼 나에게 배인 행동패턴이다. 이별을 하면 혼자 술 마시러 가는 거, 그거. 아, 내가 봐도 찌질하다. 혼자 바에 와서 와인을 시키고, 뭘 좀 곁...
01. 허기가 졌다. 자려고 누운 이불 위에서는 폰만 만지작거릴 뿐 잠이라곤 비만치 오지 않았다. 메말라서 그렇다. 헛헛하니 쌉싸레한 마음이 괜시리 고독해서 그렇다. SNS를 봤다가 소셜 큐레이팅 서비스를 들어갔다가 웹툰 서비스를 들어갔다, 나는 지하철의 행상인처럼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차라리 잠이라도 잤으면 나았을 것을. 그랬다면 혹여나 꿈에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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